사람이 암수로 발전한 까닭은?

사람이 암수로 발전한 까닭은?  

[한겨레]
사람의 성별이 하나나 셋이 아니고 하필이면 남녀 둘일까? 가장 그럴듯한 설명은 1992년 영국 생물학자인 로렌스 허스트가 발표한 가설이다.

동물의 세포는 핵, 세포질, 미토콘드리아 등 각종 소기관으로 구성된다. 핵 속에는 유전자의 본체인 디옥시리보핵산(디엔에이)이 들어 있다. 세포질은 화학반응이 일어나는 용액이다. 미토콘드리아는 산소를 호흡해 에너지를 생산하는 세포의 발전소이다.

인간의 성생활에서는 생식을 위해 감수 분열과 세포 융합의 두 가지 상보적 과정이 필요하다. 감수 분열은 생식세포로 되는 세포가 염색체의 수를 절반으로 감소시키는 과정이다. 감수분열의 결과로 정자와 난자가 형성된다. 이들이 서로 만나 수정이 되면 세포 융합이 일어난다. 새로 탄생한 세포에서 염색체의 수는 원래대로 돌아가고, 이 세포가 분열을 거듭해 태아를 만든다.

허스트에 따르면, 세포 융합 과정에서 큰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왜냐하면 정자와 난자가 융합할 때 두 세포의 핵 디엔에이는 한 쌍의 염색체 안으로 함께 들어가므로 별다른 문제가 없지만, 두 세포의 소기관은 하나의 세포질을 서로 차지하기 위해 싸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예컨대 미토콘드리아끼리 다툴 가능성이 높다.

세포 소기관 사이의 분쟁을 해결하는 최선의 방법은 어느 한쪽이 양보를 하는 것이다. 정자와 난자 중 한쪽의 소기관만 다음 세대로 전달되는 방향으로 결론이 났다. 결국 정자가 난자에게 양보를 했다. 따라서 아버지 쪽의 세포 소기관은 자식에게 전달되지 못하지만 어머니 쪽의 세포 소기관은 제대로 전달되게 되었다.

허스트는 세포질을 둘러싼 갈등을 해소하는 과정에서 정자와 난자가 그 크기와 기능이 서로 다르게 진화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자는 애초부터 미토콘드리아 등 소기관이 제거되므로 작고 운동성이 뛰어나며 대량으로 생산된다. 그러나 난자는 소기관을 갖고 있으므로 크고 운동성이 없으며 소량이다. 따라서 우리 몸 안의 세포 소기관은 어머니로부터 물려받은 것이며 아버지의 것은 없다. 가령 미토콘드리아가 모계로만 유전되는 것도 오로지 정자가 희생을 치른 결과일 따름이다.

이러한 논리를 전개하며 허스트는 세포질을 둘러싼 분쟁이 불가피한 융합성교에서는 반드시 암수 양성의 성별이 진화될 수 밖에 없었다고 주장해 폭넓은 지지를 받았다.  

대화에 참여

댓글 1개

댓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항목은 *(으)로 표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