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프로야구의 꼭두새벽 82년 시즌의 라이벌은 곰돌이와 사자였다.
당시는 6팀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코리안시리즈라는 선물을 선사하기 위해 팀당
총80게임 가운데 40게임을 치르는 전기리그와 김용희를 위해 만들어놓은
올스타전 이후에 40게임을 치르는 후기리그로 구분했다.
그리고 양리그의 우승팀이 코리안시리즈를 벌였다.
프로야구 첫 챔피언을 위한 코리안시리즈에는 전기우승팀인 곰돌이들과 후기
우승팀인 라이언즈가 진출했다. 전후기 통산승률에서는 OB가 1위였다.
삼성이 2위를 한 이유는 단 한가지,
슈퍼스타들에게 2패나 당했기 때문이었다….14승 2패 -_-;
이에 반해 OB는 16전 전승을 기록했다….. 이놈에 곰탱이들.
롯데의 간판타자 김용철이 쌕쌕 오렌지 주스 광고모델로 나올 때 명성으로 보나 뭘로 보나
자신이 봉봉 모델이 될걸로 언감생심 기대했던 김봉연의 홈런쇼에도 불구하고 해태는
얇은 선수층, 특히 투수진의 부족으로 말미암아 우승권과는 멀어진다.
다만 강호 롯데는 정신을 못차리고 알수없는 부진의 나락으로 떨어진다.
시즌전엔 삼….성하고 친하게 지낼줄 알았는데 시즌내내 삼….미하고 친하게
지낼줄은 아무도 생각을 못했다.
다만 김용희와 김용철…. 용용 부라더스의 방망이 쇼만이 관중들에게 즐거움을 주었다.
오비 곰탱이의 페넌트레이스를 이끌고 당시 최고의 마운드를 자랑하던 삼성 마운드와
홀로 맞짱뜨던 박철순이 전기리그에만 경악의 18승을 기록하는 동안 슈퍼스타들은 10승을 기록했다.
그들의 존재이유는 프로야구의 밑거름……
거름이라는 사실을 새삼스럽게 확인 시켜준 후기리그였다.
아무도 부인하진 못하리라!!
그들로 인해 프로야구는 화려하게 꽃피었다는 사실을….
삼미는 후기리그에서 방어율 6.61을 기록하며, 그들의 경기를 찾은 야구팬들에게 방망이 쇼를 선사했다.
물론 방망이는 그들 것이 아니었지만. 각팀의 스타들이 홈런, 타점, 타격,
다승 부문의 상위를 차지했지만 평범한 스타와는 비교도 안되는 우리의 슈퍼스타들은 그까짓
개인기록은 우습게 알았는지 관심도 없었다.
다만 도루부문에서 80년대 최고의 발발이 김일권을 제치고
삼미의 조흥운이 도루1위를 기록했다…….. 그럼머하나…..잔루인걸…
인천야구팬들은 좁은 지역주의를 넘어서 야구 자체를 즐기며 아무나 이기는 팀을 응원하기 시작했다. -_-;
어쨌거나 본인도 삼미를 제외한 다른 팀중에선 OB곰돌이가 라이언즈나 청룡보다 좋았다. 사실 삼미는 좋아했다기보다는 애증이 점철된 그냥 정때문에 같이 사는 부부같은 거였지만. 학다리 신경식의 포구나 유지훤(유지현이 아님)의 화려한 수비, 김광수의 귀여운 수비-_-; 김우열의 홈런쇼.
원년 최고의 해결사 양세종, 그리고 잊을 수 없는 박철순.
그리고 체형과는 어울리지 않던 교타자 윤동균.
그는 베어즈 선수란 당연히 곰돌이처럼 보여한다는 전통을 심었으며 이후
심정수-김동주로 이어지는 곰돌이 강타자 체형의 본이 되었다.
심지어는 용병도 곰으로 뽑았다. 우즈~
가을의 화려한 축제에 초대된 곰돌이와 사자 소년팬들.
초대되진 않았지만, 따라온 슈퍼스타즈 팬들의 환호속에
코리안 시리즈는 개막되었으며 시리즈 내내 버버버벅 거리던 김유동의 밤하늘을 가르던
만루홈런이 모든 소년들의 가슴속에 아로새겨지며 그렇게 82년 시즌이 끝났다.
슈퍼스타즈 소년들도 즐거웠다.
코리안 시리즈 내내. 비록 구경꾼이었지만 말이다.
전기리그 40게임중에 24게임 출장 18승을 올렸던 박철순은 후기리그의 혹사와 코리안시리즈의
무리한 등판으로 인해 우승의 영광은 누렸지만, 이와 함께 오랜시간 악몽처럼
그를 괴롭히고 야구팬들을 애타게 했던 부상 또한 얻게 된다.
임당수에 다이빙한 청이처럼 우리들이 야구라는 멋진 세상에 눈뜨도록
혼신의 역투를 했던 소년시절의 영웅 박철순을 잊을 수 없다.
초창기 한국 프로야구사를 바꾸었을지도 모를 명투수는
그렇게 화려한 무대에서 내려와 자신과의 싸움을 십수년간 해야했다.
어린마음에 김영덕 감독을 디게 좋아했던 내 자신이 미워진다.
그땐 너무 어렸으니까……
작년 보스톤 감독이 김영덕이었다면 보스톤은 젤로 미운 양키즈를 누르고
월드시리즈에 올랐겠지……
다만 페드로 마르티네즈의 선수생명과 맞바꾸고서… 말이야.
하지만 불사조는 이겨냈다……..멋지게….다시 날아올랐다.
그는 불사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