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7 편 안녕~ 슈퍼스타즈~ 안녕~~ 소년시절아~~
컬트야구단 삼미의 마지막 카드로 현해탄을 날아와 슈퍼스타즈와 꼴찌다툼을
벌이던 로떼를 바닥으로 끌어내리며 로떼팬들의 염장을 질러버린 사나이가 있
었다.
막가파식 등판으로 프로야구에 신선한(신선했나요…)충격을 던지며 불붙은
프로야구 열기에 신나통을 던져버린 사나이가 있었으니, 83년의 진정한 히어
로, 30승 투수, 그 이름 장.명.부.였다.
평범한 투수들이 족히 3년은 걸쳐 던질 공을, 한 시즌에 뿌려댔던 600만엔의
사나이, 그 이름 철완너구리 장.명.부
하지만 3년걸릴 노쇠현상을 한시즌만에 이룬탓인지 이듬해인 84년 시즌엔 평
범한 투수로 전락해버리고.이제 막오른 너구리의 전성시대는 바로 막을 내린다.
83년에 잠시 외도를 했던 슈퍼스타즈는 이듬해부터 제정신을 차리고 이후 5년
간 기복없이 꾸준한 성적을 거둔다.(꾸준히 꼴찌를……..)
1. 정신차린 슈퍼스타들
한 여름밤의 꿈처럼 83년의 씨즌은 그렇게 아쉽게도 지나가 버렸다 삼미 사장
은 무심코 장명부에게 ‘30승=1억’보너스를 약속했다가 장명부가 진짜 달성
하는 바람에 한바탕 소동이 있었다든가 뭐라든가.
하여간, 장명부는 이전에도 없고, 이후에도 없을 기염을 토하며 인천야구의
구세주로 떠올랐다. 인천야구는 이렇게 새로 태어나는 것인가.
장명부라는 초인의 위력을 실감한 슈퍼스타즈의 프론트는 그와의 재계약이
외에는 다른 대안은 마련하지 않았을 정도로 상황파악이 하나도 안되고 있었
으니.
국가대표출신이 즐비한 화려한 선수진을 거느리고도 최악의 성적을 거두며,
팬들에게 실망을 안겨주었던 라이온스는 너구리 한마리만으로도 80년대의
팀인 자신들보다 나은 성적을 올린 삼미를 보며, 자극받아, 재일동포 배터리,
김일륭과 송일수를 수입하게 된다.
1983년엔 아마추어 국가대표로 묶여 있다 돌아온 장효조와 김시진이 이미 입
단하여 명불허전 최고의 활약을 보여주었고,’헐크’ 이만수의 괴력은 인간보다
짐승쪽에 가깝다는 것이 이미 입증되었던 바, 84년 시즌을 앞두고 일본에서
김일륭이 떠들석하게 날아오면서 라이온스는 전성기를 구가할 진용을 완비하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황파악이 전혀 안되는 슈퍼스타즈 선수들은 작년 자신들
이 발휘할 수 있는 체력과 기량을 200%를 발휘해버린 이후 마라톤 레이스를 완
주해버린 단거리 선수처럼 심신이 지쳐있었으며,트레이드를 통한 선수보강은,
어느 누구도 그들의 활약상을 도저히 가늠할 수 없는, 전성기를 이미 가볍게
넘겨 버린 ‘썩어도 준치’콤비 백인천, 김유동 뿐이었다.
게다가 신인보강에선 초호화 멤버들………과는 전혀 상관없는 대어급 신
인들………..과 안면이 있는 선수들을 스카웃하여 작년에 이어 강자의
면모를 보여주고 싶은 것은 마음뿐이었음을 철없는 인천소년팬들은 상황파악은
전혀 하지 못한채 설레는 마음으로 새로운 시즌을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시즌이 시작되자, ‘초인’ 장명부는 ‘범인’으로 전락하고 장명부의 추락
과 함께, 잠시 ‘우리 슈퍼스타즈 맞아?’ 하며, 자신들이 미사일 방망이인줄로
착각했던 슈퍼스타즈의 타자들은 지난해의 도깨비 방망이로서의 위용은 간데
없었다(원래 없던거니까)
…………세상은 모두
제자리를 찾아 돌아가고
있었다.
멋모르고 덩달아 뛸때는 부담없이 잘하다가 갑자기 상황파악이 되면서, 이런
저런 생각이 많아진 탓에 방망이는 허공만을 가르고, 그들은 칼춤을 추었다.
애써 잊으려 했지만 머리속에서 이런 저런 생각은 떠나질 않았다.
‘우리는 슈퍼스타즈였어……….라이온스가 아니라……
‘마자, 난 공갈포였었지….으으
장명부와 함께, 일본에서 건너와 한껏 방망이를 뽐내며 83년을 슈퍼스타즈의
해로 수놓았던 재일동포 이영구는 84년에 최다 병살기록을 세우며 진짜 ‘영구’
가 되버리고 만다.
원래 바부하고 같이 지내다보면 바부가 되게 마련이란 진리를 새삼스럽게 증
명하는 하나의 사건이었다.
또한 작년 미사일타선(역시 아무래도 어색하다)의 핵심멤버였던, 우락부락한
용모로, 외모로만 보면 홈런이 마구 뿜어져 나올 듯했던 금광옥은 그라운드
에선 순한 양으로 변해버리고,
방망이에 물을 가득 채우고 나온 클린업트리오에 한술 더 떠서 하위타선들은
‘하위타선전멸’이라는 인천야구의 전통을 만들어내기 이른다.
이제 막 오른 듯 보였던 너구리 신화는 바로 막내려버렸다.그렇게 장명부는
80년대 인천프로야구의 전설의 고향이 되어버렸다.
모든 팀의 ‘지혜로운 영양간식’ ‘차려놓은밥상’으로 전락해버린 슈퍼스타즈….
군계일학 정구선의 활약만이 눈물겨운 84년의 시즌은 영원히 끝나지 않는 터널
처럼, 끊없는 계단처럼 인천소년 팬들의 앞에 펼쳐졌다.
2. 벌거벗은 승부욕의 두얼굴
84년, 영원한 우승후보 라이온스는 어제의적 오늘의동지 내일은팽 김영덕을
맞이하며 차근차근 우승을 위한 행보를 시작하게 된다.
82년과 83년 한국시리즈에서 바부역할과 구경꾼 역을 맡아야했던 라이온스는
이러다 ‘물먹는 사자’로 전락할 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에 84년을 라이온스의
해로 만들기 위한 시나리오를 준비하고……
전기리그는 준비된 시나리오의 제 1막이었다. 전기리그 우승으로 한국시리즈
진출을 확정한 삼성은 후기리그에는 느슨한 경기운영으로, 파트너를 고르기
시작했다.
원년에 라이온스를 상처입은 사자로 전락시킨 장본인 자다가도 한국시리즈만
생각하면 ‘쉬펄~ 하면서 벌떡 일어나게 만든,바로 그 베어스가 후기리그 우승
을 위해 순항을 계속하고 있었다.
베어스는 결코,절대로,네버,노웨이, 용납할 수 없었으며, 하기룡, 유종겸,
오영일의 삼각편대와 바람의 아들 ‘이해창’ HIT BY PITCHED BALL의 달인
*김인식이 포진한 청룡도 맘에 안들었다.
* 김인식
‘데드볼’ 또는 순수우리말로 ‘몸에 맞는 공’에 달
관한 허슬플레이어. 데드볼이란 말에서 알수 있
듯이, 잘못 맞으면 밥숟가락 놓을수도 있는 위험
한 상황. 김인식은 이런 몸쪽 공을 피하지 않는
투지를 보여주었다.
더욱 놀라운 것은 그의 연속경기 출장기록이다.
최근의 그의 계보를 공필성이 잇고 있다.
(그는 선동렬의 직구도 피하지않는, 투지를 넘어
선 무모함을 보여주었다)
작년에 청룡과의 한국시리즈에서 승리한 타이거즈보다는 원년 삼미덕에 꼴찌
를 면했던 자이언츠가 맘에 꼭 들었을 것이다.
물론 슈퍼스타즈가 한국시리즈 파트너로 더욱 맘에 들었겠지만, 그건 삼성의
혼자만의 힘으로 될 일이 아니었다. 모든 팀이 져주기를 각오해도 그건 결코
쉬운 일이 아녔다.
자신들의 구미에 맞는 자이언츠를 선택하게 하기로 맘을 먹은 삼성은 롯데가
후기리그에서 우승하기까지 지대한 공을 세운다.말이 좋아 지대한 공이지,
자이언츠와의 연속경기에서 라이온스 팬들에게 조차 낯설은 투수들을 선발로
내세웠으며 모든 플레이에서는 허점이 드러나는등, 추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더욱 떠올리기도조차 싫은 사실은 지난해 타격왕을 제외한 타점, 홈런킹 이만
수를 전무후무한 타격 3관왕으로 만들기 위해 타격왕 레이스를 펼치던 자이
언츠의 홍문종에게 10연속 고의사구를 지시한 김영덕 감독의 추태였다.
홍문종이 이 10타석가운데 안타만 하나 쳤어도,타이틀은 그의 것이 될 수
있었다. 김영덕 감독의 선수의 대한 사랑으로 애써 좋게 받아들이고 싶지만,
프로야구판을 말아먹기에 부족함 없는 선례를 기록한 것이었다.
그래저래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시즌을 지나 로떼 자이언츠는 후기리그 우승의
감격을 맞이하게 되며 라이온스는 전기리그와는 비교할 수도 없는 성적인 5위
를 기록한다.
물론 6위는 프로야구의 기초공사, 영원한 바닥판 슈퍼스타즈였다.
라이온스는 승부를 조작하면서도 그 밑으론 내려갈 수 없었다.
드디어 84년 가을, 프로야구사상 가장 극적인 한국시리즈가 펼쳐진다.
라이온스 필름 제작, 김영덕 각본, 감독으로 한국시리즈가 펼쳐졌으나
이건 왠걸, 주연은 김일륭으로 할려던 애초의 시나리오와는 상관없이
난데없는 최동원이 지맘대로 주연을 맡아 버렸다
‘황금의 팔’ 최동원은 7경기 가운데 5경기를 등판하여 4승을 따내며
80년대의 팀, 라이온스를 생까버리며, 80년대의 바부팀으로 만들어버렸다.
그것까진 참겠는데 역대 한국시리즈 중 최고의 조연 역할마저 유두열이 쌱~가져가 버렸다
차려놓은 밥상을 자이언츠에게 갖다받친 꼴이 되고 말았던 것이다. ‘철완’ 타이틀을 놓고
장명부와 일합을 견줄만했던 최동원은 씨리즈 4승이라는 얼토당토안한 기록을 세우며
롯데 우승의 견인차 역할을 하게되며, 유두열은 7차전 끝내기 쓰리런이라는 대역전
드라마의 주인공이 되어 버린다. 진짜 멋있었다. 명승부의 영원한 파트너……삼성.-_-;
아마야구의 기린아에서 원년바부로 전락했던 ‘이선희’에 이어 재팬특급, 황금박쥐 김일륭이
‘바부’로 전락하는 순간이었다.
한동안 프로야구계를 말아먹을 것으로 예상되던 절대강자 라이온스는
휭~한 가슴을 부여잡고 ‘내년부턴 꼭 밥말아먹자’고 굳게굳게 다짐을 한다
하지만 아직도 이해할 수 없는 것은 그해 씨리즈 MVP가
씨리즈 4승을 거둔 철인28호 최동원이 아니라,
1할대의 빈타에 허덕이다 역전 쓰리런 한방을 날린 유두열이었으니,
한국인은 역시 기분파~하(최불암흉내-_-;)라는 생각이 든다.
파트너 고르기로 야구판을 혼탁하게 만들었던 김영덕 감독은
이로인해 치명타를 맞게되고…